8장
^3-8-1
一日(일일)에 弟子(제자)이 告曰(고왈), 昔(석)에 李永平(이영평)이 全羅監司(전라감사)로 到任之初(도임지초)에 命□將一人(명비장일인)하야 曰(왈), 七日之內(칠일지내)에 不求異人而來(불구이인이래)면 斬也(참야)리라.
하루는 제자가 아뢰기를, 옛날에 이영평이 전라감사로 처음 부임해 왔을 때 비장 한 사람에게 말하기를, 이레 안에 이인(異人)을 찾아오지 못하면 목을 베리라 하니,
^3-8-2
厥吏(궐리)가 倉卒之間( 창졸지간)에 受意外之命(수의외지명)하야 知必死(지필사)하고 閉門廢食(폐문폐식)하니, 一家(일가)이 驚動(경동)하야 惶惶罔措(황황망조)어늘 一日(일일)에 厥兄(궐형)이 來問曰(내문왈), 我(아)이 失德(실덕)하야 子之棄我多年(자지기아다년)이나 天倫同氣(천륜동기)이 兄則兄也(형칙형야)어늘, 在死生之場(재사생지장)하야 一無通情(일무통정)이 可乎(가호)아. 厥吏(궐리)이自思曰(자사왈), 兄之平日(형지평일)에 虛浪放蕩(허랑방탕)이 如狂人(여광인)하야 我不待兄(아불대형)이 已多年(이다년)이라.
그 관리가 난데없이 뜻밖의 명령을 받고 틀림없이 죽은 줄을 알고 문을 걸어 닫고 식음을 전폐하니, 온 집안이 놀라고 겁내어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하루는 그의 형이 찾아와 묻기를, 내가 덕이 없어 동생이 나를 형으로 보지 않은지 오래지만 천륜으로 볼 때 형은 형이거늘, 이렇게 죽고 사는 마당에 아무런 통정이 없어서야 되겠느냐 하였답니다. 그 관리가 혼자 생각하기를, 형이 평소에 미친 사람처럼 허랑방탕하여 내가 형으로 대접하지 않은지 이미 여러 해인지라.
^3-8-3
然而以若天倫(연이이약천륜)으로 論之則同受父母之骨肉(논지즉동수부모지골육)이오, 當死生之關頭(당사생지관두)하야 所遭(소조)를 亦無所告(역무소고)라 하야 告其由(고기유)어늘 厥兄(궐형)이 乃拍掌大笑曰(내박장대소왈), 無難之事(무난지사)를 掛心(괘심)하야 自苦如此乎(자고여차호)아. 我有異人之友(아유이인지우)하야 無日不相從(무일불상종)하고 無請不相聽(무청부상청)하나니, 若有定日(약유정일)하면 必同道而來也(필동도이래야)리라.
그러나 천륜으로 따진다면 부모의 골육을 나누어 받은 처지니, 생사의 고비가 닥친 마당에 소조를 아뢰지 않을 수 없다 하여 그 사유를 고하니 형이 손뼉을 치고 크게 웃으며 말하기를, 어렵지도 않은 일로 마음에 두고 걱정하여 이렇게 고생을 사서 하는구나. 나에게 이인 친구가 하나 있어서 서로 만나지 않는 날이 없고, 서로 부탁하는 일을 들어 주지 않는 바가 없으니, 날만 정하면 반드시 데리고 함께 오겠다 하였다 합니다.
^3-8-4
厥吏(궐리)이 半信半疑(반신반의)하야 曰(왈), 兄之平日所行(형지평일소행)이 多無信(다무신)하니 若有失信(약유실신)하면 不如不告(불여불고)하야 必死乃已(필사내이)니이다. 厥兄(궐형)이 笑曰(왈), 我(아)이 何忍導子死地(하인도자사지)아, 勿疑焉(물의언)하라.
그 관리가 반신반의하여 말하기를, 형의 평소 하는 일이 신용이 없으니, 만약에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아뢰지 않은 것만 못하여 반드시 죽음을 당하리이다 하니 그 형이 웃으며 말하기를, 내가 차마 어찌 너를 죽게 하겠느냐 의심하지 말라 하더랍니다.
^3-8-5
厥吏(궐리)이 亦無奈何(역무내하)하야 告監司定日(고감사정일)하고 待之(대지)러니 當日(당일)에 厥兄(궐형)이 獨來(독래)어늘 厥吏(궐리)이 落膽喪氣(낙담상기)하야 問曰(문왈), 異人(이인)이 何在(하재)오. 厥兄(궐형) 曰(왈), 厥(궐)이 遂日而來(수일이래)러니 何故近間(하고근간)에 一不出面(일불출면)하니 我(아)이 獨來也(독래야)니라. 厥吏(궐리)이 放聲大哭(방성대곡)하고 責之拍之曰(책지박지왈), 誰知汝之狂(수지여지광)이 致我今日之死乎(치아금일지사호)아.
그 관리가 또한 어쩔 도리가 없으므로 감사에게 아뢰고 날을 잡아 기다리더니, 당일에 그 형이 혼자 오거늘 그 관리가 낙담하고 기운을 잃어 이인이 어디에 있소 하고 물으니, 그 형이 말하기를 그 사람이 날마다 오더니 어찌된 일인지 요사이에는 한 번도 얼굴을 내보이지 않기에 내가 혼자 왔노라 하니, 그 관리가 목을 놓아 울면서 그 형을 꾸짖고 때리며 말하기를, 형이 미쳐서 오늘날 나를 죽음에 이르게 할 줄 누가 알았으리요 하였답니다.
^3-8-6
厥兄(궐형) 曰(왈), 事旣如此(사기여차)하니 勢將奈何(세장내하)오, 我爲異人(아위이인)하야 不如同途(불여동도)니라. 幸則兄弟(행칙형제)이 可生(가생)이오, 不幸則我死子生也(불행즉아사자생야)리라. 厥吏(궐리)가 勢不得已如其言(세부득이여기언)하야 到衙門(도아문)하야 厥吏(궐리)이 先通同道(선통동도)한대, 監司(감사)이 卽襪步下階(즉말보하계)하야 執手升堂(집수승당)하야 設盛備歡待(설성비환대)하고, 命退人(명퇴인)하야 獨與二人(독여이인)이 談笑自若(담소자약)하니 無上下之分也(무상하지분야)니라.
그 형이 말하기를, 일이 이미 이리 되었으니 어쩔 수 없는 형세라, 내가 이인이 되어 함께 가는 것만 못하리라. 운이 좋으면 우리 형제가 살 것이요, 운이 나쁘면 내가 죽어서라도 너를 살려주리라 하니, 그 관리가 어쩔 수 없는 형편이라, 그 말대로 형을 데리고 관아에 도착하여 함께 왔음을 먼저 통지하니, 감사가 당장에 버선발로 층계를 내려와 손을 잡고 마루로 올라 큰 잔치를 베풀어 환대하고, 사람들을 물리치고 둘이서만 즐거이 담소하는데 상하의 분별이 없더랍니다.
^3-8-7
厥吏(궐리)이 大疑之(대의지)하야 始知其兄(시지기형)이 不尋常人(불심상인)하고 急歸家設宴待之(급귀가설연대지)러니, 厥兄(궐형)이 醉來(취래)어늘 遂席藁待罪(수석고대죄)하야 曰(왈), 弟之平日(제지평일)에 有目無辨(유목무변)하고 無心無知(무심무지)하야 犯兄之罪(범형지죄)이 莫大焉(막대언)하오니 赦之活之也(사지활지야)하소서. 厥兄(궐형)曰 (왈) 是何端耶(시하단야)아, 監司者(감사자)도 愚物(우물)이오, 子亦天癡也(자역천치야)로다. 我有何才(아유하재)오, 勢急(세급)하니 人(인)이 有一死(유일사)오 無二死(무이사)니라. 旣往(기왕)에 死則鼠死(사즉서사)이 不如虎死也(불여호사야)니라. 以豪言壯談(이호언장담)으로 泰然以不知(태연이부지)를 爲如知(위여지)하니 監司者(감사자)는 淺識也(천식야)라, 畢竟(필경)에 欺我(기아)니라.
그 관리가 크게 의아하여 처음으로 그 형이 보통 사람이 아님을 깨닫고, 바삐 집으로 돌아가 잔치를 열고 기다리더니, 그 형이 취해서 오거늘 거적자리를 깔고 죄를 기다리며 말하기를, 이 아우가 평소에 눈이 있어도 분별을 못하고 아는 바가 없어 무심코 형님을 거스른 죄가 크오니, 용서하시고 살려 주소서 하니, 그 형이 말하기를, 이것이 무슨 짓인가. 감사도 어리석은 사람이요, 너 또한 천치로다. 내게 무슨 재주가 있으리오. 형세는 급한데, 사람이 한 번 죽지 두 번 죽지는 않는 법이라, 이왕 죽을 바에는 쥐새끼처럼 죽는 것이 호랑이처럼 죽는 것만 못 할지라 생각하고, 호언장담을 하면서 태연하게 모르는 것도 아는 체하니 감사는 지식이 얕아서 끝내 내게 속았느니라 하더랍니다.
^3-8-8
厥吏(궐리)이 疑惑(의혹)이 萬端(만단)하야 不可以執幅(불가이집폭)이러니, 後日(후일)에 監司更招(감사갱초)하야 一如前日(일여전일)하고 賜封物(사봉물)하니, 厥兄(궐형)이 受退(수퇴)하야 不知所往(부지소왕)하니라. 厥吏(궐리)이 疑訝(의아)러니 累日而還(누일이환)하야 與監司交驩(여감사교환)하니, 監司(감사)이 稱謝不已(칭사불이)하고 談笑慇懃(담소은근)하야 一如平交也(일여평교야)라.
그 관리가 의혹이 만 갈래가 되어 폭을 잡지 못하더니, 뒷날에 감사가 다시 불러 전날과 같이 대접하고 봉물(封物)을 내리니 그 형이 받아서 물러나오더니 간 곳을 알 수 없어서 그 관리가 의아해하더니, 여러 날 만에 돌아와 감사와 즐겁게 말을 나누니, 감사가 무수히 사례하고 정답게 담소하여 친구사이와 다를 바가 없더라고 합니다.
^3-8-9
厥吏(궐리)이 深疑(심의)하야 問曰(문왈), 間日(간일)에 何往乎(하왕호)오. 厥兄(궐형) 曰(왈), 監司(감사)이 有緊托故(유긴탁고)로 往還金山寺也(왕환금산사야)니라. 厥吏(궐리) 問曰(문왈), 所幹(소간)이 何以乎(하이호)잇가. 曰(왈), 監司之愚也(감사지우야)니라. 厥吏(궐리)이 遂大悟(수대오)하고 設大宴伏罪(설대연복죄)하야 泣言曰(읍언왈), 弟之罪(제지죄)이 當萬死無席(당만사무석)하오니 乃賜死焉(내사사언)하소서. 不然則以天倫(불연즉이천륜)을 爲重(위중)하야 赦之導之(사지도지)하소서.
그 관리가 깊이 의심하여 묻기를, 그동안 어디로 갔습니까 하니, 그 형이 말하기를 감사로부터 꼭 들어달라는 부탁을 받고 금산사에 다녀왔노라 하니, 그 관리가 묻기를 볼일이 무엇입니까 하니, 말하기를 감사가 어리석을 뿐이라 하므로, 그 관리가 마침내 크게 깨닫고 잔치를 크게 베풀고 엎드려 죄를 빌면서 흐느끼며 말하기를, 동생의 죄가 만 번 죽어도 아깝지 않으니 빨리 죽여주소서. 그렇지 않으면 천륜을 무거이 여기사 용서하시고 이끌어 주소서 하였답니다.
^3-8-10
厥兄(궐형)이 遂解顔(수해안)하야 怡然作笑(이연작소)하고 曰(왈), 子有此誠(자유차성)하니 我(아)이 爲子而言也(위자이언야)리라. 金山彌勒佛(금산미륵불)이 早晩(조만)에 出世(출세)하시니, 此(차)이 天下一家(천하일가)하야 無量仙世也(무량선세야)니라. 永平(영평)이 拘於儒家之疹面(구어유가지체면)하고 監司之職分(감사지직분)하야 懇託致誠(간탁치성)하니, 厥封(궐봉)이 乃金銀之寶也(내금은지보야)니라. 我與子(아여자)난 今世(금세)에 難見(난견)이오 再世(재세)에 必見(필견)하리니, 子須自今(자수자금)하야 立心無惡(입심무악)하고 立誠厥佛(입성궐불)하야 圖來無量之福云(도래무량지복운)하더이다.
^3-8-11
聽罷(청파)에 大笑欣快(대소흔쾌)하시고 稱善(칭선)하시고 曰(왈), 世(세)에 有知者(유지자)하야 於人之不知(어인지부지)에 圖來世之運(도래세지운)이 往往如此也(왕왕여차야)니라.
듣기를 끝내시자 흔쾌히 크게 웃으시며 칭찬하시고 말씀하시기를, 세상에 아는 사람들이 있어 남모르게 다음 세상의 운수를 도모하는 일이 종종 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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