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1절 ^9-1-1
2절 ^9-1-2
두 권을 양지 위에 두시고, 흰 병 하나와 작은 칼 하나를 그 옆에 두시고, 접은 종이에 칙령을 쓰시니, 吉花에 開吉實(길화 개길실)이오 凶花에 開凶實(흉화 개흉실)이라.
3절 ^9-1-3
좋은 꽃이 피면 좋은 열매가 열리고, 흉한 꽃이 피면 흉한 열매가 열리니라.
4절 ^9-1-4
그 칙서를 병 주둥이에 말아서 꽂으니라.
5절 ^9-1-5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현무경이 천지의 이치를 다하고, 조화의 오묘함을 훔쳤나니, 이 책이 나오면 천하가 알게 되리라.
6절 ^9-1-6
기유년 봄 정월 초이틀에 대흥리에 계시며 제수를 성대하게 준비하사 진설하시고, 제자들이 명에 따라 몸을 씻고 마음을 깨끗이 하여 정성을 다해 고축(告祝)하니라.
7절 ^9-1-7
말씀하시기를, 옛날에 진묵이 봉곡의 해를 입어 동방의 문명신을 거느리고 서양으로 넘어가 서양 문명을 개설(開設)하였나니, 이제 이 땅으로 불러와 선경 건설에 나아가 일하도록[就役] 명하노라.
8절 ^9-1-8
제자가 여쭈기를, 이제 진묵대사가 고국으로 돌아오면 선경을 건설할 때 맡게 될 일이 가볍지 않나이까?
9절 ^9-1-9
말씀하시기를, 진묵이 내 세상에서 맡은바 직책이 더없이 소중하니, 앞으로 천하의 존경을 받으리라.
10절 ^9-1-10
기유년 정월 초이틀에 대흥리에 계시며 말씀하시기를, 경석아. 너는 내일 고사(告祀)를 지내라. 만약 어려운 때가 있거든 문을 꼭 닫고 병마개를 열어놓고 고기를 구워 절하면서 심고하는 것도 고사가 되노라.
11절 ^9-1-11
바로 그때 어떤 사람이 술에 취에 미친 듯 행패를 부리며 말하기를, 이곳이 역적을 도모하는 곳이라 하여 소란을 피우더니, 그 소란이 천원 병참에까지 소문나서 다음날 총을 멘 군사 수십 명이 출동하려 하니라.
12절 ^9-1-12
이 때에 먼저 알려주는 사람이 있거늘, 말을 들으시고 벌벌 떨면서 갈 곳이 없는 듯이 하시면서 고함을 지르시며 도망치시니, 급해서 신발도 챙기지 못하시니라.
13절 ^9-1-13
제자들이 너무 황겁하여 어쩔 줄을 모르고, 경석이 뒤따르면서 여쭈기를, 큰 난리가 닥쳤는데 어찌해야 화를 면할 수 있사오리까?
14절 ^9-1-14
말씀하시기를, 일이 급박하여 죽고 사는 관문에 이르렀으니, 각자 살길을 찾도록 하라. 내가 어느 짬에 너희들을 위해 꾀를 내리오.
15절 ^9-1-15
벌벌 떨면서 말도 못하시는 듯 하시더니, 비룡으로 도망쳐 가시니라.
16절 ^9-1-16
바로 뒤에 그 군인들이 경석을 으르며 대선생의 머무르는 곳을 캐어물으니, 경석이 의술로 행세한다고 핑계를 대면서 삼일 전에 나에게 왔다가 지금은 행방을 모른다고 말하니, 경석이 조금 다치고 일이 매듭지어지니라.
17절 ^9-1-17
이 길로 백암에 이르시더니 칙령을 내리시되, 吏部(이부)라.
18절 ^9-1-18
제자가 명에 따라 벽에다 붙이니라.
19절 ^9-1-19
경학이 명에 따라 칙령을 향하여 사배(四拜)하거늘 말씀하시기를, 너를 이부에 임명하노라.
20절 ^9-1-20
마침 그때 경학의 형이 태인읍에서 사람을 보내 부르므로, 경학이 떠나니라.
21절 ^9-1-21
대선생께서 발을 쓰다듬으시고 말씀하시기를, 세상에 발복이란 말이 있느냐?
22절 ^9-1-22
대답해 말씀드리기를, 그러하나이다.
23절 ^9-1-23
말씀하시기를, 잘 가면 복이 되고, 잘못 가면 화가 되느니라.
24절 ^9-1-24
25절 ^9-1-25
말을 들으시고 깜짝 놀라고 겁내어 담을 넘어 남의 집에 숨으셨다가, 몸을 웅크리고 벌벌 떨면서 말씀도 제대로 못하시고 물으시기를, 순검이 어디에 있느냐 하시며, 정신을 못 차리는 듯 하시니라.
26절 ^9-1-26
순검들이 경학을 을러 사방을 뒤지더니, 해가 저물고 헛탕치고 돌아가니라.
27절 ^9-1-27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며 말씀하시기를, 공우야.너는 두 곳에 가서 일이 어떤지를 살펴보라.
28절 ^9-1-28
조심조심하여 가까운 마을에 가서 몸을 숨긴 뒤에, 사람을 시켜 알아보게 하라.
29절 ^9-1-29
며칠 뒤에 공우가 복명하여 아무 일 없음을 아뢰니 말씀하시기를, 공우야. 너는 시킨 대로 하였더냐?
30절 ^9-1-30
대답하여 말씀드리기를, 바로 두 집으로 가서 안부를 물었나이다.
31절 ^9-1-31
말씀하시기를, 너는 겁도 없느냐?
32절 ^9-1-32
말씀드리기를, 하느님을 모시고 행세하오니, 천지간에 제자가 무엇을 두려워하오리까?
33절 ^9-1-33
들으시고는 기뻐하시며 웃으시니라.
34절 ^9-1-34
말씀하시기를, 이번에 경석과 경학을 시험해 보았더니, 경석은 하루 일을 하루 아침에 풀어내고, 경학은 하루아침 일을 하루에 풀어내니, 경석이 경학보다 낫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