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1절 ^7-2-1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더니 말씀하시기를, 오늘 학선암에 가리라.
2절 ^7-2-2
가시는 도중에 소나기가 몰려오거늘, 담뱃대를 들어 한 번 휘두르시니 몰려오던 비구름이 한 곳에 몰려 머무르다가, 암자에 들어가신 뒤에 비가 오기 시작 하니라.
3절 ^7-2-3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더니 갓과 망건을 벗으시고 용암으로 가시려 할 때 말씀하시기를, 이 길이 길행이니라.
4절 ^7-2-4
5절 ^7-2-5
사람들과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시니 마치 온 땅에 봄바람이 가득한 듯하고, 일을 처리하심에 이치를 밝혀 말씀하시니 마치 큰 강물이 흐르듯 하시니라.
6절 ^7-2-6
7절 ^7-2-7
빙그레 웃으시며 말씀하시기를, 나는 의업으로 행세 하노라.
8절 ^7-2-8
경석이 다시 여쭈기를, 사시는 곳을 듣고자 하나이다.
9절 ^7-2-9
말씀하시기를, 나는 동쪽에서도 나그네요, 서쪽에서도 나그네이니, 천지에 집이 없는 나그네로다[東亦客 西亦客 天地無家客].
10절 ^7-2-10
경석이 크게 이상히 여기더니, 마침 벌 한 마리가 날아와 밥그릇에 떨어지므로 경석이 의아해 하거늘 말씀하시기를, 벌은 규모 있는 벌레니라.
11절 ^7-2-11
경석이 말씀을 듣고 오묘한 마음의 경지에 들어 그 자리에서 제자가 되고자 원하거늘, 물리치시니라.
12절 ^7-2-12
숙소를 용암리 물방앗간에 정하시니, 모든 것이 더럽고 졸렬하여 보통 사람이 살아 낼 수 없더라.
13절 ^7-2-13
경석이 굳이 붙잡고 떠나지 않으면서 뒤따르며 정읍으로 모시기를 청하거늘, 큰 소리로 진노하여 말씀하시기를, 나는 너와 인연이 없으니 빨리 내 앞에서 물러가라.
14절 ^7-2-14
경석이 홀로 생각하니 일마다 놀랍고 이상하므로, 문득 동학가사에 여광여취 그 양반을 간 곳마다 따라가서 지질한 그 고생을 누구에게 한 말이며 라는 한 구절이 떠오르므로, 간곡히 발원하니라.
15절 ^7-2-15
대선생께서 돌아보실 뜻이 전혀 없으시어 구박을 심히 하시고 여러 번 꾸짖으시니, 경석이 죽기를 작정하고 굳이 청하여 열흘이 되니라.
16절 ^7-2-16
그런 뒤에야 어렵게 허락하사 말씀하시기를, 네가 나를 따르려면 지금까지 행세하던 마음과 일을 모두 버리고, 마음을 의롭게 고치고 깨끗이 하여, 일심으로 천지대도를 받들겠다는 뜻만이 남은 다음에 나를 찾아오라.
17절 ^7-2-17
경석이 마음에 온통 기쁨이 넘쳐 명령을 받들고 물러 가니라.
18절 ^7-2-18
19절 ^7-2-19
한숨을 쉬시며 길게 탄식하시고 말씀하시기를, 험악한 팔자로다.
20절 ^7-2-20
모두 한결같이 역적놈들이 찾아 들었을뿐이로다.
21절 ^7-2-21
말씀하시기를, 나는 천지의 모든 신명의 뜻을 물어 결정하리니, 모든 신명이 물리치면 나도 어찌할 수 없노라.
22절 ^7-2-22
신명에게 칙령을 내리시더니 조금 있다가 말씀하시기를, 모든 신명이 내 말을 들었노라.
23절 ^7-2-23
경석은 시운(時運)에 따라 잠시 쓰려하거늘, 오직 회재(晦齋)가 백성의 일을 걱정하여 반대하노라.
24절 ^7-2-24
밤이 되어 풀밭에 누워 주무시니, 세 사람이 밤새도록 모시고 서서 모기를 쫓으니라.
25절 ^7-2-25
닭이 운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사 말씀하시기를, 잘못하여 풀밭에 누웠구나. 어찌 미리 깨우지 않았느냐?
26절 ^7-2-26
때로는 돌 위에서 주무시고, 때로는 들판의 사람들과 이야기하시니, 세 사람이 정성을 다해 모시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