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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개벽경 · 권 7 · 정미편 (丁未篇) · 丁未 1907

2장

1절 ^7-2-1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더니 말씀하시기를, 오늘 학선암에 가리라.
2절 ^7-2-2
가시는 도중에 소나기가 몰려오거늘, 담뱃대를 들어 한 번 휘두르시니 몰려오던 비구름이 한 곳에 몰려 머무르다가, 암자에 들어가신 뒤에 비가 오기 시작 하니라.
3절 ^7-2-3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더니 갓과 망건을 벗으시고 용암으로 가시려 할 때 말씀하시기를, 이 길이 길행이니라.
4절 ^7-2-4
마침 그 때 정읍 사람 차경석이 남의 빚을 독촉하는 송사로 전주로 가는 길에 용암리를 지나다가 대선생을 뵈오니, 바지를 걷어 올리고 대삿갓을 쓰시어 차림새가 속되지 않으시고, 행동거지가 씩씩하시며 말씀이 솔직하시어 행세범절이 하나도 꾸며냄이 없으시니, 풍채가 크게 부귀할 모습이시고 눈빛이 사람을 쏘는 듯 하여 감히 마주 볼 수 없으시니라.
5절 ^7-2-5
사람들과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시니 마치 온 땅에 봄바람이 가득한 듯하고, 일을 처리하심에 이치를 밝혀 말씀하시니 마치 큰 강물이 흐르듯 하시니라.
6절 ^7-2-6
말씀은 너그러우면서 천둥이 구르는 듯 우렁차시고, 하시는 모든 행동이 매우 호탕 하시어 폭을 잡을 수 없거늘, 경석이 스스로 놀라고 스스로 도취하여 말하기를, 내가 동학 도주(道主) 손병희 아래에 있으면서 도주의 사람됨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존심이 또한 낮지 않거늘, 어찌 천하에 이와 같이 뛰어난 재주와 큰 그릇이 있다고 생각하였으리오 하며 공손히 여쭈기를, 선생께서는 무슨 업을 하시나이까.
7절 ^7-2-7
빙그레 웃으시며 말씀하시기를, 나는 의업으로 행세 하노라.
8절 ^7-2-8
경석이 다시 여쭈기를, 사시는 곳을 듣고자 하나이다.
9절 ^7-2-9
말씀하시기를, 나는 동쪽에서도 나그네요, 서쪽에서도 나그네이니, 천지에 집이 없는 나그네로다[東亦客 西亦客 天地無家客].
10절 ^7-2-10
경석이 크게 이상히 여기더니, 마침 벌 한 마리가 날아와 밥그릇에 떨어지므로 경석이 의아해 하거늘 말씀하시기를, 벌은 규모 있는 벌레니라.
11절 ^7-2-11
경석이 말씀을 듣고 오묘한 마음의 경지에 들어 그 자리에서 제자가 되고자 원하거늘, 물리치시니라.
12절 ^7-2-12
숙소를 용암리 물방앗간에 정하시니, 모든 것이 더럽고 졸렬하여 보통 사람이 살아 낼 수 없더라.
13절 ^7-2-13
경석이 굳이 붙잡고 떠나지 않으면서 뒤따르며 정읍으로 모시기를 청하거늘, 큰 소리로 진노하여 말씀하시기를, 나는 너와 인연이 없으니 빨리 내 앞에서 물러가라.
14절 ^7-2-14
경석이 홀로 생각하니 일마다 놀랍고 이상하므로, 문득 동학가사에 여광여취 그 양반을 간 곳마다 따라가서 지질한 그 고생을 누구에게 한 말이며 라는 한 구절이 떠오르므로, 간곡히 발원하니라.
15절 ^7-2-15
대선생께서 돌아보실 뜻이 전혀 없으시어 구박을 심히 하시고 여러 번 꾸짖으시니, 경석이 죽기를 작정하고 굳이 청하여 열흘이 되니라.
16절 ^7-2-16
그런 뒤에야 어렵게 허락하사 말씀하시기를, 네가 나를 따르려면 지금까지 행세하던 마음과 일을 모두 버리고, 마음을 의롭게 고치고 깨끗이 하여, 일심으로 천지대도를 받들겠다는 뜻만이 남은 다음에 나를 찾아오라.
17절 ^7-2-17
경석이 마음에 온통 기쁨이 넘쳐 명령을 받들고 물러 가니라.
18절 ^7-2-18
그 뒤에 며칠 되지 않아 대선생께서 용암리에 계시더니, 정읍 사람 차경석안내성과 또 한 사람이 찾아와 제자가 되니라.
19절 ^7-2-19
한숨을 쉬시며 길게 탄식하시고 말씀하시기를, 험악한 팔자로다.
20절 ^7-2-20
모두 한결같이 역적놈들이 찾아 들었을뿐이로다.
21절 ^7-2-21
말씀하시기를, 나는 천지의 모든 신명의 뜻을 물어 결정하리니, 모든 신명이 물리치면 나도 어찌할 수 없노라.
22절 ^7-2-22
신명에게 칙령을 내리시더니 조금 있다가 말씀하시기를, 모든 신명이 내 말을 들었노라.
23절 ^7-2-23
경석은 시운(時運)에 따라 잠시 쓰려하거늘, 오직 회재(晦齋)가 백성의 일을 걱정하여 반대하노라.
24절 ^7-2-24
밤이 되어 풀밭에 누워 주무시니, 세 사람이 밤새도록 모시고 서서 모기를 쫓으니라.
25절 ^7-2-25
닭이 운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사 말씀하시기를, 잘못하여 풀밭에 누웠구나. 어찌 미리 깨우지 않았느냐?
26절 ^7-2-26
때로는 돌 위에서 주무시고, 때로는 들판의 사람들과 이야기하시니, 세 사람이 정성을 다해 모시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