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1절 ^7-5-1
하루는 대선생께서 태인 살포정에 계시더니, 갑자기 번갯불이 집을 둘러싸고 어지러이 일어나며 여러 차례 방에까지 침범하여 떨어지니, 방안에 있던 사람들이 두렵고 겁내어 죽는다며 슬피 울고, 구경하던 사람들은 입을 딱 벌린 채 숨도 쉬지 못하더라.
2절 ^7-5-2
공중을 향해 큰 소리로 꾸짖어 말씀하시기를, 이놈아. 어지러운 번개를 빨리 거둬라.
3절 ^7-5-3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번개가 그치니라.
4절 ^7-5-4
제자가 여쭈기를, 지금 위험한 번개를 꾸짖어 멈추시어 방안에 있던 사람들이 되살아난 은덕을 기리게 하고, 구경하던 사람들이 치하가 분분하니 어째서입니까?
5절 ^7-5-5
말씀하시기를, 죽을 사람이 살아났으니 다행이니라.
6절 ^7-5-6
하루는 대흥리에 계시더니 말씀하시기를, 경석아 너는 평생 소망이 있으니, 내가 듣도록 말하라.
7절 ^7-5-7
경석이 어려워하여 대답하지 못하거늘, 말씀하시기를, 무슨 거리낄 것이 있으랴. 마음 속 깊은 곳에 품은 생각이 귀하니라.
8절 ^7-5-8
대답하여 말씀드리기를, 평생의 소원이 돈을 물처럼 쓰는 것이옵니다.
9절 ^7-5-9
문득 얼굴빛이 변하시며 탄식하여 말씀하시기를, 너는 덕을 물처럼 쓰고 싶지는 않으냐? 돈과 재물에 낭패의 근심이 따라 다니노라. 너의 소원을 들어줄 것이니 때가 되어 천하의 재물이 너에게 오리니, 네가 옳게 쓰면 세상의 가장 큰 복을 불러올 수 있고, 나쁘게 쓰면 세상에서 가장 큰 화를 불러오리라.
10절 ^7-5-10
대들보에 긴 베를 걸게 하시고, 공우는 명을 받들어 북을 치고 경석은 춤을 추니라.
11절 ^7-5-11
말씀하시기를, 경석아 네 운이 모자라 네 조상 가운데 구월산 금반사치의 명당 기운이 있으니 이제 옮겨 오노라.
12절 ^7-5-12
조금 있다가 말씀하시기를, 장풍(長風)을 얻어야 발음이 되리라.
13절 ^7-5-13
때맞추어 이장풍(李長豊)이 오거늘 공우가 아뢰기를, 장풍이 오나이다.
14절 ^7-5-14
북치기와 춤추기를 멈추게 하시고 말씀하시기를, 경석아. 네 소원을 허락하였으니 앞으로 돈을 물 쓰듯 하려니와, 덕은 근본이요 재물은 말단이니라.
15절 ^7-5-15
하루는 대흥리에 계시더니 말씀하시기를, 경석아. 오늘 나는 너와 함께 순창에 가리라.
16절 ^7-5-16
가던 길에 가르침을 내리시니,
17절 ^7-5-17
峰秀武夷山(봉수무이산)하니 溪分洙泗派(계분수사파)라.
襟懷(금회)난 開霽月(개제월)이오 談笑(담소)는 止狂瀾(지광란)이라.
活計(활계)는 經千卷(경천권)이오 生涯(생애)가 屋數間(옥수간)이라.
小臣(소신)이 求聞道(구문도)하야 不須半日閑(불수반일한)이라.
봉우리는 무이산처럼 빼어나고 시냇물은 수수와 사수를 갈라 받았구나.
가슴에 품은 뜻은 활짝 개인 달과 같고, 담소는 사나운 물결을 그치게 하네.
사는 계책은 천권의 경전이요 살림살이는 몇 간짜리 집이라.
소신이 도를 듣고자 하여 한나절 한가로움을 아끼지 않음이라.
경석이 아뢰기를, 마음으로 오직 의로움을 생각할 것을 맹세하고, 정성을 다해 도를 받들어 크게 이룰 것을 기약하나이다.
18절 ^7-5-18
말씀하시기를, 하늘의 도는 지극히 공평하여 착한 사람을 돕고 악한 사람을 버리나니, 선악이 나에게 매였고, 화와 복이 나에게 매었나니라. 네가 옳은 일을 한다면 나는 너에게 모든 복을 내려 주리라.
19절 ^7-5-19
순창에 이르사 경석에게 명하시어 한 곳에 단정히 앉게 하시고 사람에게 물어 말씀하시기를, 여기가 순창 농암(籠岩)이더냐?
20절 ^7-5-20
어떤 사람이 대답해 아뢰기를, 그러하나이다.
21절 ^7-5-21
말씀하시기를, 농암에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느냐?
22절 ^7-5-22
대답해 아뢰기를, 농암에 농바우가 있어 마을 이름이 되었으니 전설이 있어, 농바우 안에 하늘이 신검과 신갑옷을 숨겨 놓았는데 장군이 나면 하늘이 바위를 열고 내려준다고 하나이다.
23절 ^7-5-23
말씀하시기를, 농바우 전설이 헛말이 아니니라.
24절 ^7-5-24
한 사람에게 물어 말씀하시기를, 너에게 어제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
25절 ^7-5-25
그 사람이 대답해 아뢰기를, 어제 밤에 한 꿈을 꾸었는데, 어떤 늙은 신선이 하늘로부터 내려오더니 농바우를 열고 갑옷 투구와 장검을 꺼내었는데, 신검에는 서리 같은 기운이 어리었고 투구에는 광채가 엉겨있어 눈이 어지럽거늘, 저에게 주시며 말씀하시기를 장군이 명을 받고 여기에 오리니 그 장군에게 전하라 하시므로 제가 받아서 두었는데, 오늘 차경석이 앉은 자리가 바로 그 자리이나이다.
26절 ^7-5-26
말씀하시기를, 너는 꿈을 제대로 꾸었도다.
27절 ^7-5-27
제자가 여쭈기를, 세상의 꿈에 진실이 있나이까?
28절 ^7-5-28
말씀하시기를, 옛날에 무왕이 상나라를 칠 때 꿈으로 알려준 일이 많으니라. 큰 꿈은 하늘이 징조를 보임이니, 천하사 하는 사람은 소중히 여기느니라.
29절 ^7-5-29
말씀하시기를, 경석아 너에게 큰일을 맡기나니, 세상에서 가장 큰 공적을 이루도록 하라.
30절 ^7-5-30
대답해 아뢰기를, 결초보은을 맹서하나이다.
31절 ^7-5-31
말씀하시기를, 네가 세상에서 어진 사람이 된다면 나의 기쁨이 천지에 가득하리라. 내 마음을 아프게 하지 말고, 백성의 삶을 해치지 말라.
32절 ^7-5-32
제자가 아뢰기를, 길을 떠나시려 하는데 길이 질어 한걸음도 떼기가 어렵나이다.
33절 ^7-5-33
바로 칙령을 내리시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