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1절 ^5-6-1
대선생께서 말씀하시기를, 옛날에 한 농부가 있어 봄부터 도랑을 파서 먼 곳의 물을 끌어오려 하거늘 온 마을 사람들이 비웃으며 말하기를, 금년은 비가 넉넉하거늘 쓸데없이 애써 힘을 들인다 하되 모른 체 하고 계속하더니, 농사지을 때가 되어 날씨가 크게 가무니 마을 사람들이 모두 농사를 못 짓게 되고, 그 농부는 힘을 조금 더 들여서 물을 얻어 대니 그해 농사가 크게 풍년이 들었느니라.
2절 ^5-6-2
말씀하시기를, 나는 옛날에 명(明)나라에 온 적이 있노라.
3절 ^5-6-3
말씀하시기를, 소나무와 대나무가 사계절에 한결같이 푸르니, 이는 철모르는 것들이니라.
4절 ^5-6-4
하루는 동곡에 계시더니 행법하시고 말씀하시기를, 곽면우(郭俛宇)의 헛된 이름이 세상에 들리니, 그것을 없애리라.
5절 ^5-6-5
제자가 여쭈기를, 주무실 때에는 아무리 급한 일이라도 함부로 아뢰지 못하게 하시니 어째서입니까?
6절 ^5-6-6
말씀하시기를, 잠잘 때에 명령할 일이 있으면 나는 인간 세상에 있지 않느니라.
7절 ^5-6-7
말씀하시기를, 하늘에서 큰 눈을 내리거든 천상에 큰 공사가 있는 줄 알라.
8절 ^5-6-8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은 뒷날 와서 묻는 사람이 있거든 보고 들은 바를 그 사람에게 알리라. 실행하고 안하고는 그 사람에게 달렸느니라.
9절 ^5-6-9
말씀하시기를, 남에게서 일 하나 이치 하나라도 배우는 바가 있으면 선생이 되노라.
10절 ^5-6-10
말씀하시기를, 공부를 잘 해 두라. 수도하지 않고 때만 기다리면, 성도(成道)할 때를 당해서 뼈마디가 물러나느니라.
11절 ^5-6-11
제자가 여쭈기를, 사람들이 가래를 도로 삼키면 크게 놀라 꾸짖으시니 어째서입니까?
12절 ^5-6-12
말씀하시기를, 불덩이를 삼켜 내리니 놀라고 꾸짖지 않을 수 있겠느냐.
13절 ^5-6-13
말씀하시기를, 가래[痰]는 마음에 구름이 끼어 하늘을 가린 것 같으니라.
14절 ^5-6-14
말씀하시기를, 나의 도 아래에서 공부를 잘한 사람은 몸 안의 담(痰)이 모두 빠지느니라.
15절 ^5-6-15
을사년 가을 칠월에 부안 개암사에 계시며 행법하시고, 손가락 끝에 물을 묻혀 석교를 가리키시니 문득 검은 구름이 먹물처럼 뒤덮이고 뇌우(雷雨)가 크게 일어나, 물이 제멋대로 넘쳐흘러 끝이 보이지 않는 들판이 물바다가 되니라.
16절 ^5-6-16
말씀하시기를, 내가 하고자 하면 천하를 물바다로 만드는 것이 한 순간의 일이요, 온 인류를 죽이고 살리는 일이 한 순간의 일이니라.
17절 ^5-6-17
원일이 아뢰기를, 세상에 윤리와 기강은 서로 어긋나고 이익을 탐내어 서로 다투니, 선은 흥하고 악은 망하여 선경세계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하루가 장구한 세월 같나이다.
18절 ^5-6-18
말씀하시기를, 천지의 대운이 도수(度數)가 있고 인간의 대업이 기회(機會)가 있나니, 도수를 어기고 기회를 거슬러 일을 지으면 불쌍한 백성들이 살아나지 못하노라.
19절 ^5-6-19
그러므로 제생의세(濟生醫世)는 성인(聖人)의 업(業)이요, 재민혁세(災民革世)는 웅패(雄伯)의 술(術)이니라.
원일이 아뢰기를, 세상에 저희 제자들을 비방하고 조소하는 자들이 많사오니, 벌주어 다스리소서.
20절 ^5-6-20
말씀하시기를, 아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나니,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죽고 너 혼자 살면 네 마음이 기쁘겠느냐.
21절 ^5-6-21
대인을 배우는 사람은 살리기에 힘써서 남을 자기처럼 보고, 백성을 아픈 데처럼 보느니라.
22절 ^5-6-22
말씀하시기를, 좋은 세상이 멀지 않거늘, 마음 닦기가 바쁘도다.
23절 ^5-6-23
말씀하시기를, 때를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하면 마음에 도타움이 있고, 때를 기다리는 마음이 느슨하면 마음에 도타움이 없노라.
24절 ^5-6-24
제자가 여쭈기를, 을사년 가을에 고부 입석리에 계시면서 각기병을 비롯한 여러 병을 달포 가까이 앓으시니 어째서입니까 하거늘, 밝혀 가르치지 않으시니라.
25절 ^5-6-25
말씀하시기를, 사람이 덕을 잘 닦으면 천지와 같이 어질어 지느니라.
26절 ^5-6-26
하루는 길을 가시다가 아들이 아비에게 버릇없는 말로 대드는 것을 보시고 걸음을 멈추시니, 당장에 그 놈이 호흡을 통하지 못하고 사경에 이르러 괴로이 부르짖으니, 그를 구해주시고 물으시기를, 네 마음이 괴로우냐?
27절 ^5-6-27
그 사람이 대답하기를, 다 죽었다가 간신히 살아나니 그런 고생이 없었나이다.
28절 ^5-6-28
말씀하시기를, 네가 아버지에게 대드니 아버지의 마음이 어찌 이 정도이리요.
29절 ^5-6-29
네가 고생한 것과 비교하여, 어느 쪽이 무거울지 미루어 생각하라.
30절 ^5-6-30
그 사람이 엎드려 죄를 빌고 다시는 그러지 않기를 맹서하니 말씀하시기를, 효(孝)는 만복(萬福)의 근원이요, 만행(萬行)의 근본이니라.
31절 ^5-6-31
제자가 여쭈기를, 걸음을 멈추심에 호흡을 통하지 못하다가 걸음을 옮기심에 바로 터지니 어째서입니까?
32절 ^5-6-32
말씀하시기를, 부모가 없으면 태어남이 없고, 효도가 없이는 행실이 없느니라.[無父母하면 無生하고 無孝道하면 無行하노라]
33절 ^5-6-33
하루는 시골 아낙이 자식에게 흉악하게 욕하는 것을 들으시고 말씀하시기를, 자식을 키우는데 스스로 축원하는 것이 이 같으니,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리라.
34절 ^5-6-34
제자가 아뢰기를, 선천에 교화가 백성에게까지 미치지 못하여 말버릇이 습성이 되었나이다.
35절 ^5-6-35
말씀하시기를, 말에 이같이 덕이 박하니 어떤 복이 찾아 오리요.
36절 ^5-6-36
제자가 아뢰기를, 지방에 도적들이 제멋대로 다녀 백성들의 마음이 불안하나이다.
37절 ^5-6-37
말씀하시기를, 도적들이 날뛰는 것은 먹을 것이 없기 때문만은 아니니라.
38절 ^5-6-38
공연히 남이 재물을 욕심내어 다른 사람을 해치고 자기도 죽게 되나니, 그 힘을 농사에 옮겨주어 복을 지으며 밥을 얻게 하여야 하리라.
39절 ^5-6-39
길에다 침을 뱉으시니, 도적들의 출몰이 없어지고 백성들이 편안함을 얻게 되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