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1절 ^5-3-1
부안 사람 신원일이 찾아와 제자가 되니라.
2절 ^5-3-2
말씀하시기를, 천하의 사물이[天下之事物이] 하늘의 명이 있으매 신이 짓고[天之有命而神有作焉하고] 신이 짓고 나서 사람이 행하느니라[神之有作而人有行焉하노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惡將除去無非草(오장제거무비초)오 好取看來摠是花(호취간래총시화)라.
나쁘게 여겨 없애버리려 하면 풀 아닌 것이 없고, 좋게 보아 취하면 모두가 꽃이니라.
3절 ^5-3-3
말씀하시기를, 뱀도 사람의 추천을 얻은 뒤에라야 용이 되느니라.
4절 ^5-3-4
말씀하시기를, 대인의 말은 능히 구천에 사무치고, 지극한 이치를 담은 말은 능히 만세에 전해지느니라.
5절 ^5-3-5
가르침을 내리시니, 以閑談敍話(이한담서화)로 可起風塵(가기풍진)하고, 以閑談敍話(이한담서화)로 能掃風塵(능소풍진)하나니라.
한가롭게 주고받는 말로 (세상의) 풍진을 일으킬 수 있고, 한가롭게 주고받는 말로 (세상의) 풍진을 잠재울 수 있느니라.
6절 ^5-3-6
말씀하시기를, 참된 말[眞實之言]은 하늘도 깨뜨릴 수 없고, 거짓된 말[無實之言]은 때가 이르면 여지없이 부서지느니라.
7절 ^5-3-7
가르침을 내리시니,
非人情(비인정)이면 不可近(불가근)이오,
非情義(비정의)면 不可近(불가근)이오,
非義會(비의회)면 不可近(불가근)이오,
非會運(비회운)이면 不可近(불가근)이오,
非運通(비운통)이면 不可近(불가근)이오,
非通靈(비통령)이면 不可近(불가근)이오,
非靈泰(비영태)면 不可近(불가근)이오,
非泰統(비태통)이면 不可近(불가근)이니라.
사람의 정이 아니면 가까이하지 말고,
정이 의롭지 않으면 가까이하지 말고,
의로운 모임이 아니면 가까이하지 말고,
모임이 운이 아니면 가까이하지 말고,
운이 통하지 않으면 가까이하지 말고,
통함이 신령하지 않으면 가까이하지 말고,
신령함이 편안하지 않으면 가까이하지 말고,
편안함이 계통이 아니면 가까이하지 말라.
8절 ^5-3-8
제자가 여쭈기를, 어쩌다가 부호들이 특별히 마음을 써서 진수성찬을 마련하여 올리면, 세 숟가락 이상 뜨지 않으시고 물리도록 하시니 어째서입니까?
9절 ^5-3-9
말씀하시기를, 그 부자의 마음 씀씀이와 들인 힘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부자집에는 원통한 귀신이 많아서 쌀 한 알에 원한 품은 귀신 하나가 붙어 있으니, 먹을 수가 없노라.
10절 ^5-3-10
말씀하시기를, 부자를 가까이 하지 말라[富不可近하라].
11절 ^5-3-11
말씀하시기를, 부호(富豪) 중에 천심(天心)을 가진 자가 드무니라.
12절 ^5-3-12
말씀하시기를, 부자집의 곳간에 원귀들이 가득 차서, 때가 이르면 폭발(暴發)하노라.
13절 ^5-3-13
말씀하시기를, 때가 오면 선과 악의 구분이 콩나물 뽑히듯 하리라.
14절 ^5-3-14
제자가 여쭈기를, 객지에 가실 때 여관집에 깨끗한 방이 많거늘, 언제나 장사꾼들을 반겨 하시어 함께 주무시니 어째서입니까?
15절 ^5-3-15
말씀하시기를, 세상의 노고(勞苦)가 거처하고 있으므로, 방의 이름을 복로(福老)라고 하느니라.
16절 ^5-3-16
그러므로 나는 노복(老福)을 줍노라.
17절 ^5-3-17
제자가 여쭈기를, 막걸리는 술 중에서도 하품이거늘, 언제나 즐거이 마시시니 어째서입니까?
18절 ^5-3-18
말씀하시기를, 천하의 농부들이 마시니 나의 즐거움이 이에 있노라.
19절 ^5-3-19
제자가 여쭈기를, 가끔가다가 들에 계실 때 농부들을 만나 함께 자리하시면, 서로 어울려 즐겁게 이야기하사, 분별을 잊고 즐기시니 어째서입니까?
20절 ^5-3-20
말씀하시기를, 천하에 즐거운 일이니라. 세상에 알고서 착한 일을 하는 사람이 많더냐? 모르면서도 착한 일을 하는 사람이 농민이니라. 천심이 농사에 있고, 백성의 삶이 농사에 있노라.
21절 ^5-3-21
말씀하시기를, 나는 티끌처럼 작은 복도 버리지 않느니라.
22절 ^5-3-22
하루는 길을 가시다가 앞에 있는 마을을 가리키시며 말씀하시기를, 박복한 마을이로다.
23절 ^5-3-23
제자가 여쭈기를, 어찌하여 박복하다 하시나이까?
24절 ^5-3-24
말씀하시기를, 도인의 집[道家]이 없도다.
25절 ^5-3-25
제자가 여쭈기를, 앞으로 오는 세상의 운수가 도인(道人)이 아니면 살 수 없나이까?
26절 ^5-3-26
말씀하시기를, 비록 도를 닦지 않을지라도 노동과 농사는 선천에 천대를 받았으니, 노동자와 농민이 많이 사느니라.
27절 ^5-3-27
제자가 여쭈기를, 지금 큰 부자 세 사람이 제자가 되고자 할 때, 그들이 오기 전에 형개(荊芥)를 묶으시고, 도착하여서는 글자를 쓰시고, 뵙기를 청하자 큰 소리로 꾸짖으시고, 간절히 원할 때에는 물품목록을 보이시며 바치라고 명하시는데, 그 부자가 그 물품을 모두 바치면 남는 재산이 없을 정도라 하여 스스로 그만두게 하시니 어째서입니까?
28절 ^5-3-28
말씀하시기를, 형개(荊芥)를 묶는 것은 형가(荊軻)를 묶은 것이요, 물목(物目)을 보임은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명하는 것이니라.
29절 ^5-3-29
제자가 여쭈기를, 오는 사람이 스스로 새 길을 열면 어떠하옵니까?
30절 ^5-3-30
말씀하시기를, 부자에게는 척이 많으니 그들을 구하려 하다가는 어느 틈에 천지공사(天地公事)를 행하리오.
31절 ^5-3-31
제자가 여쭈기를, 제자 한 사람이 오리 쯤에서 닭국을 정성껏 장만하여 기쁜 마음으로 올리매, 사랑을 억제하지 못하시어 세 번 보신 뒤에 제자에게 내려주시니 어째서입니까?
32절 ^5-3-32
말씀하시기를, 사랑을 억제치 못함은 지극한 정성이 깃든 바를 알기 때문이요, 제자들에게 내려주어 먹게 함은 먼저 맛본 사람이 있어서 예에 어그러져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니라.
33절 ^5-3-33
제자가 여쭈기를, 성대한 음식을 차려 여럿이 같이 먹을 때 먼저 먹는 사람이 있으면, 끼니를 물리도록 하심은 어째서 입니까?
34절 ^5-3-34
말씀하시기를, 나는 천하의 예법에서 둘째가 될 수 없음이니라.
35절 ^5-3-35
제자가 여쭈기를, 어떤 제자가 닭국을 만들 때 버린 다리와 머리를 집안사람이 모르고 먼저 먹으면, 이 때문에 물리시나이까?
36절 ^5-3-36
말씀하시기를, 나에게 음식을 바치려는 사람은 머리와 다리를 자르지 말고 온전한 상태로 쓰고, 머리와 다리를 잘라내더라도 먼저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이 예법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