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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개벽경 · 권 3 · 계묘편 (癸卯篇) · 癸卯 1903

8장

1절 ^3-8-1
하루는 제자가 아뢰기를, 옛날에 이영평이 전라감사로 처음 부임해 왔을 때 비장 한 사람에게 말하기를, 이레 안에 이인(異人)을 찾아오지 못하면 목을 베리라 하니, 그 관리가 난데없이 뜻밖의 명령을 받고 틀림없이 죽은 줄을 알고 문을 걸어 닫고 식음을 전폐하니, 온 집안이 놀라고 겁내어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하루는 그의 형이 찾아와 묻기를, 내가 덕이 없어 동생이 나를 형으로 보지 않은지 오래지만 천륜으로 볼 때 형은 형이거늘, 이렇게 죽고 사는 마당에 아무런 통정이 없어서야 되겠느냐 하였답니다.
2절 ^3-8-2
그 관리가 혼자 생각하기를, 형이 평소에 미친 사람처럼 허랑방탕하여 내가 형으로 대접하지 않은지 이미 여러 해인지라.
3절 ^3-8-3
그러나 천륜으로 따진다면 부모의 골육을 나누어 받은 처지니, 생사의 고비가 닥친 마당에 소조를 아뢰지 않을 수 없다 하여 그 사유를 고하니 형이 손뼉을 치고 크게 웃으며 말하기를, 어렵지도 않은 일로 마음에 두고 걱정하여 이렇게 고생을 사서 하는구나.
4절 ^3-8-4
나에게 이인 친구가 하나 있어서 서로 만나지 않는 날이 없고, 서로 부탁하는 일을 들어 주지 않는 바가 없으니, 날만 정하면 반드시 데리고 함께 오겠다 하였다 합니다.
5절 ^3-8-5
그 관리가 반신반의하여 말하기를, 형의 평소 하는 일이 신용이 없으니, 만약에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아뢰지 않은 것만 못하여 반드시 죽음을 당하리이다 하니 그 형이 웃으며 말하기를, 내가 차마 어찌 너를 죽게 하겠느냐 의심하지 말라 하더랍니다.
6절 ^3-8-6
그 관리가 또한 어쩔 도리가 없으므로 감사에게 아뢰고 날을 잡아 기다리더니, 당일에 그 형이 혼자 오거늘 그 관리가 낙담하고 기운을 잃어 이인이 어디에 있소 하고 물으니, 그 형이 말하기를 그 사람이 날마다 오더니 어찌된 일인지 요사이에는 한 번도 얼굴을 내보이지 않기에 내가 혼자 왔노라 하니, 그 관리가 목을 놓아 울면서 그 형을 꾸짖고 때리며 말하기를, 형이 미쳐서 오늘날 나를 죽음에 이르게 할 줄 누가 알았으리요 하였답니다.
7절 ^3-8-7
그 형이 말하기를, 일이 이미 이리 되었으니 어쩔 수 없는 형세라, 내가 이인이 되어 함께 가는 것만 못하리라.
8절 ^3-8-8
운이 좋으면 우리 형제가 살 것이요, 운이 나쁘면 내가 죽어서라도 너를 살려주리라 하니, 그 관리가 어쩔 수 없는 형편이라, 그 말대로 형을 데리고 관아에 도착하여 함께 왔음을 먼저 통지하니, 감사가 당장에 버선발로 층계를 내려와 손을 잡고 마루로 올라 큰 잔치를 베풀어 환대하고, 사람들을 물리치고 둘이서만 즐거이 담소하는데 상하의 분별이 없더랍니다.
9절 ^3-8-9
그 관리가 크게 의아하여 처음으로 그 형이 보통 사람이 아님을 깨닫고, 바삐 집으로 돌아가 잔치를 열고 기다리더니, 그 형이 취해서 오거늘 거적자리를 깔고 죄를 기다리며 말하기를, 이 아우가 평소에 눈이 있어도 분별을 못하고 아는 바가 없어 무심코 형님을 거스른 죄가 크오니, 용서하시고 살려 주소서 하니, 그 형이 말하기를, 이것이 무슨 짓인가.
10절 ^3-8-10
감사도 어리석은 사람이요, 너 또한 천치로다. 내게 무슨 재주가 있으리오.
11절 ^3-8-11
형세는 급한데, 사람이 한 번 죽지 두 번 죽지는 않는 법이라, 이왕 죽을 바에는 쥐새끼처럼 죽는 것이 호랑이처럼 죽는 것만 못 할지라 생각하고, 호언장담을 하면서 태연하게 모르는 것도 아는 체하니 감사는 지식이 얕아서 끝내 내게 속았느니라 하더랍니다.
12절 ^3-8-12
그 관리가 의혹이 만 갈래가 되어 폭을 잡지 못하더니, 뒷날에 감사가 다시 불러 전날과 같이 대접하고 봉물(封物)을 내리니 그 형이 받아서 물러나오더니 간 곳을 알 수 없어서 그 관리가 의아해하더니, 여러 날 만에 돌아와 감사와 즐겁게 말을 나누니, 감사가 무수히 사례하고 정답게 담소하여 친구사이와 다를 바가 없더라고 합니다.
13절 ^3-8-13
그 관리가 깊이 의심하여 묻기를, 그동안 어디로 갔습니까 하니, 그 형이 말하기를 감사로부터 꼭 들어달라는 부탁을 받고 금산사에 다녀왔노라 하니, 그 관리가 묻기를 볼일이 무엇입니까 하니, 말하기를 감사가 어리석을 뿐이라 하므로, 그 관리가 마침내 크게 깨닫고 잔치를 크게 베풀고 엎드려 죄를 빌면서 흐느끼며 말하기를, 동생의 죄가 만 번 죽어도 아깝지 않으니 빨리 죽여주소서.
14절 ^3-8-14
그렇지 않으면 천륜을 무거이 여기사 용서하시고 이끌어 주소서 하였답니다.
15절 ^3-8-15
그 형이 마침내 얼굴을 풀고 즐거이 웃으며 말하기를, 네 성의가 이와 같으니 내 너를 위하여 말해주리라.
16절 ^3-8-16
금산사 미륵불이 조만간 출세하시니, 이로써 천하가 한 집이 되어 한량없는 신선세상이 되리라.
17절 ^3-8-17
영평이 유가의 체면과 감사의 직분에 얽매어 치성을 올려달라고 간절히 부탁하니, 그 봉물이 곧 금은보배니라.
18절 ^3-8-18
너와 나는 이번 세상에는 다시 보기 어려울 것이요, 다음 세상에 반드시 만나리니, 너는 지금부터 악한 마음을 품지 말고 그 부처에게 정성을 다해 앞으로 오는 한량없는 복을 구하라 하였다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