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개벽경(天地開闢經) 서(序)
자연의 이치를 천지가 도(道)로 삼고, 천지의 도를 상제(上帝)께서 쓰시어 삼계(三界)의 만상(萬相)을 거느려 다스리시니, 이리하여 천지가 유운(有運)하고, 일월이 유행(有行)하고, 사시(四時)가 유서(有序)하며, 만물이 유생(有生) 하나니라. 크도다. 상제의 덕이 크고 넓고도 높으사[蕩蕩巍巍] 너무도 신령하시니, 천지의 크나큰 도덕으로써 천하를 다스리는 큰 법도로 삼으시니라. 그러므로 천지에 상제보다 높은 도(道)가 없고, 천지에 상제보다 귀한 덕(德)이 없으며, 천지에 상제보다 넓은 조화(造化)가 없고, 천지에 상제보다 두터운 기름[育]이 없느니라. 원형이정(元亨利貞)은 천도(天道)의 영원함[常]이요, 인의예지(仁義禮智)는 인성(人性)의 벼리[綱]라. 군사부(君師父)는 천지의 대강(大綱)이요, 군신 . 부자 . 형제 . 부부 . 붕우는 인도(人道)의 대륜(大倫)이니라. 강상(綱常)의 도가 있고, 품성(稟性)의 덕이 있으며, 만상(萬象)이 되어 지고, 만물(萬物)이 자라며, 치란(治亂)의 정사가 있고, 낙선(樂善)의 가르침이 있고, 위복(威福)의 권세가 있고, 조화(造化)의 능력이 있으시어, 천하의 일상(一象) 일사(一事)가 어느 것 하나라도 상제의 명(命)을 벗어나지 않으니, 어찌 공경히 받들지 않을 수 있으리오. 그러므로 이치가 곧 상제요, 상제께서 바로 이치시니라. 상제께서 사람을 높이시어 신령스럽게 태어나게 하시고 귀히 지으시며, 사람에게 명하시어 천지에 참여케 하사 삼재(三才)를 만드시니, 은혜가 더없이 크시니라. 상제께서 때에 맞춰 큰 덕을 내시니 하늘의 덕을 갖춘 큰 성인[天縱之大聖]이 되게 하시고, 상제께서 때에 맞춰 다음가는 덕을 내시니 대성(大聖)에 버금가는 현인[亞賢]이 되게 하여, 그들에게 명하여 만방의 억조(백성)에게 임하게 하사 임금(君)이 되게 하시고 스승(師)이 되게 하시어 천지의 화육을 돕게 하시니, 이리하여 천하의 만물이 각기 자리를 잡고 그 삶을 누려서, 건곤이 자리 잡고[定位], 일월이 바로 빛나며[貞明], 산악(山岳)의 흙이 갖가지 나무를 길러 울울창창하고, 강해(江海)의 물이 갖가지 물고기를 길러 즐거이 뛰놀게 하며, 모든 백성들의 세상에 오륜(五倫)을 밝혀 즐겁고 편안히 살게 하고, 새와 짐승과 벌레와 물고기까지 제 삶을 맘껏 누리어 팔팔하게 생기에 넘쳐 상제의 덕을 기리나니, 성인의 덕도 하늘처럼 넓어 모든 선(善)이 넉넉하거늘, 하물며 상제의 덕이리오. 자연에는 도(道)가 있어 일원(一元)에서 음양이 소장(消長)하고, 천지에는 법(法)이 있어 일회(一會)에 상제께서 자리를 바꾸시니[改位], 생각컨대 우리 대선생께서는 신농의 대덕(大德)과 태공의 대은(大恩)을 갖추셨으므로 천지만신이 받들어 기리나니, 하늘에 임하사 옥황상제(玉皇上帝)가 되시고, 운(運)에 임하사 후천의 천황씨(天皇氏)가 되시고, 세상에 임하사 미륵존불(彌勒尊佛)이 되시고, 나라에 임하사 후천의 당요(唐堯)가 되시니라. 천지로 몸을 삼으시고 일월로 눈을 삼으시며 천지의 중앙으로 마음을 삼으시어, 모든 이치를 갖추시고 모든 형상을 가지시니, 자리는 더없이 높으시며 덕은 더없이 높으시고 운은 더없이 크시니라. 천지만물이 비록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라도 그 덕이 없으면 어찌 살 수가 있으리오. 그러므로 모든 선(善)의 주(主)요, 모든 덕(德)의 본(本)이시니라. 내가 어찌 감히 한마디라도 보태리오 마는, 생각컨대 우리 대선생이 후천의 운에 임하사 상제의 지위(地位)로 세상에 계시므로 하여, 세상 사람들이 과연 만고에 듣지 못하던 바이므로 모두가 길을 잃고 헤매는지라[皆迷之]. 하도(河圖)는 하늘을 높이어 상제께서 이(離)에서 나오시고, 낙서(洛書)는 땅을 높이어 상제께서 진(震)에서 나오시고, 정역(正易)은 사람을 높이어 상제께서 간(艮)에서 나오시나니, 이때가 바로 신명세계요 인존시대의 때라, 그 상서로움이 동쪽에 있으니[其瑞在東] 상제께서 강세하시는 이치가 또한 그 가운데 있노라. 생각컨대 우리 대선생께서 상제의 도권(道權)으로 천지를 개벽하사 천지의 운로를 바루시고, 만물을 새로 고치사 천하의 이치와 형상과 문물과 풍속의 온갖 법도를 모두 새롭게 갖추시었으나, 말이 없으면 천하의 대도를 얻어듣지 못할 것이요, 글이 없으면 천하의 큰 가르침을 알지 못할 것이라. 오호라. 그렇지만 세상에 떠도는 말들이 헛되이 전해지고 함부로 말해져서[虛傳妄說], 옳지 않은 말들이[不可言者] 많으니 한탄을 이길 수 없도다. 천운(天運)이 돌고 돌아 난법(亂法)의 운이 장차 끝나고 진법(眞法)의 운로가 새로워지면, 큰 덕을 갖춘 군자[盛德君子]가 그 사이에 나와[出於其間], 올바른 붓과 올바른 이론[正筆正論]으로 반드시 알맞음을 얻어서[必得其中] 큰 덕이 더럽혀지지 않으리니[大德無瀆], 이리하여 대학(大學) 우경(右經)의 장하지교(章下之敎)가 명명백백해지리라. 나 또한 목마른 듯 이를 바라지만 그 세상이 오는 때의 조만(早晩)을 알지 못하고, 다만 그 자손 된 도리에 무관심할 수 없어서, 교를 받은 이래로 마음에 깊이 두어 도를 구하고 들은 바를 간추리고 여러 의견을 참고하여 책으로 썼으나, 그것들을 절충하여 마땅한 도리를 잡음에 이르러서는 만에 하나도 일컬을 것이 없노라. 그러므로 그 말이 이치에 맞지 않으면 대선생의 말이 아니요, 그 행함이 이치를 얻지 못했으면 대선생이 행하신 바가 아니니라. 내게 허물이 많고 죄가 많으니 내 자손 된 사람은 이 책을 세상에 공개해서는 안될 것이며, 또한 내 자손 된 사람은 이 책만을 오로지 믿어서도 안될 것이라. 다만 참고로 삼아 대선생의 천지자연의 도리에 대한 말씀을 구하고, 대선생의 천지자연의 덕을 행하심을 구하여 일심으로 성실히 공부하라. 공부하는 길이 마음에 있나니, 마음이라 하는 것은 하늘이 백성에게 베풀어 주심이 있어 얻어진 바이라. 허령불매(虛靈不昧)하여 이기(理氣)와 성정(性情)의 덕을 모두 갖추었나니, 대선생의 모든 말씀과 행사가 모두 치천하의 큰 법도가 되고, 치천하의 큰 법도가 모두 이 마음에 있느니라. 이러하므로 대선생의 다스림이 천지의 이치에 맞고, 대선생의 도가 천지의 이치에 맞나니, 삼재합덕(三才合德)이 마음에 있음이라. 대선생의 마음을 밝힘이 있고 대선생의 마음을 얻음이 있으면, 후천의 도가 또한 그 가운데 있느니라. 선천에 덕(德)이라 하고, 인(仁)이라 하고, 경(敬)이라 하고, 성(誠)이라 일컬어 공경하는 것은 그 이치를 밝히고자 함이요, 요(堯)와 순(舜)과 우(禹)가 윤집궐중(允執厥中)의 도로써 서로 마음을 전한 법이란 것은 그 이치를 얻고자 함이니, 전장문물(典章文物)의 이치가 마음에 있고, 예악교화(禮樂敎化)의 이치가 마음에 있고, 집안을 다스리고 나라를 다스리며 천하를 평안케 하는 이치가 모두 마음에 있느니라. 그러므로 선천에 이 마음을 지켜 천하를 다스린 사람은 오직 요순(堯舜)이 으뜸이요, 이 마음을 잃고 천하를 어지럽힌 자는 걸주(桀紂)가 가장 심하나니라. 그러므로 큰 성인은 이 마음을 잘 지키고, 큰 현인은 이 마음을 겨우 지켜내며, 그 다음 사람들은 애써 이 마음을 지켜서 각기 그 덕을 이루었나니, 지켜내면 다스림이 있고[存則治] 잃어버리면 어지러워짐은[亡則亂] 선천과 후천이 마찬가지니라. 오호라! 대선생의 도를 알고자하면 천지 만상(萬象)을 볼 것이요, 대선생의 덕을 알고자 하면 이 책으로써, 하늘의 조화로 자연히 이루어진 오묘함[化工之妙]이 만물에 드러난 바에까지 미루어 넓혀가라. 오로지 한마음으로 정성들여[惟精惟一] 도를 구하여 얻음이 있으면 이 책을 올바로 고쳐서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죄를 가볍게 하고, 이로써 정덕군자(正德君子)의 글을 기다리면 나의 허물을 덜게 될 것이요, 너의 덕이 나아갈 것이요, 도(道)에 빛남이 있게 되리라.
布敎(포교) 八十七年(87년) 丙戌(병술) 四月(4월) 二十七日(27일) 李 重 盛 序( 이 중 성 서)